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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친구문제로 고민하는 소피아에게

작성자 : 고길동신부l작성일 : 2007-06-15 15:30:15l조회수 : 8231

고길동신부가 소피아에게 안녕하세요 고길동 신부입니다. 소피아의 편지 잘 읽어봤습니다. 친구들과의 나이 차이 때문에 친교에 어려움을 겪고 있군요. 하지만 저는 "혼란스럽다"는 말을 연발하는 소피아가 안타까운 건 둘째치고, 주위의 친구들과 "깊은 우정"을 나누고 싶다는 소피아의 순수한 마음이 참 예뻐 보였습니다. 소피아의 혼란스러움을 어떻게 해결해줄 수 있을까? 쉽지 않은 문제라 사실 저도 한참동안 고민했더랍니다. 소위 '가을방학'이라고 할만한 추석 연휴입니다. 제 편지가 소피아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돼서, 추석 연휴가 끝나고 친구들을 다시 만났을 때, 전보다 마음이 편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소피아의 고민을 찬찬히 살펴볼까요? 소피아의 편지를 잘 읽어보면 소피아가 고민하게 된 이유는 '함께 얻을 수 없는 것' 두가지를 모두 갖고 싶어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게 무엇일까요? 첫째는 "같은 학년 친구들과 (소피아가 나이는 친구들보다 한 살 많지만) 깊은 우정을 맺고 싶다"는 것이고, 둘째는 "(그들로부터) 언니 소리를 듣고 싶다"는 것입니다. 다시 정리해볼게요. 소피아는 친구들과 깊은 우정을 맺고 싶어하죠. 그런데 친구들이 언니라고 부르면 깊은 우정을 맺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한편으로 언니라고 불리고 싶은 마음도 있으면서 말이에요. 흠.. 아까 제가 '함께 얻을 수 없는 것들'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죠? 일단 소피아의 편지만 놓고 봤을 때 여기서 소피아가 하나를 포기하는 수밖에 없겠군요. 무엇을 포기해야 되냐고요? 깊은 우정을 포기하든지, 언니라고 불리는 걸 포기하든지.. 그리고 하나 더 있어요. "언니라고 불리면 깊은 우정을 맺을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 말입니다. 아참, 덧붙여서 "모든 사람과 깊은 우정을 맺고자 하는 욕심"이 있을 수도 있겠어요. 소피아가 그 네가지 중에 하나를 포기할 수 있다면 고민의 크기는 절반으로 줄어들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을지도 몰라요. 생각 같아서는, 상대편에게 존댓말을 들으면서 깊은 우정을 맺을 수도 있을 것 같고, 까짓 거 언니라는 호칭 정도야 포기해버릴 수도 있는 노릇이겠지만, 또 말이나 행동이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니까.. 소피아가 고민하고 혼란스러워 하는 이유도 현실 속에서 두가지, 아니 세가지를 어느 하나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일 겁니다. 제 말이 어느 정도 비슷한가요? 그렇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끊임없는 대화"가 될 것 같습니다. "쪽팔리.."거나 "귀찮아.."서 친구들과 진솔한 대화를 피하지는 않았나요? 그러니까 같은 학년 친구들에게 그들과 소피아 사이의 언니라는 호칭에 대해 얘기를 나눠 본 적이 있었나요? 친구들은 소피아를 언니라고 부르면서 "깊은 우정을 맺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또 소피아를 언니라고 부르는 것을 몹시 불편해 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언니라는 호칭이 더 편할지도 모르고요. 친교라는 것은 한 방향이 아니라 두 방향으로, 그러니까 상호간에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상대방의 생각을 계속적으로 확인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상대방의 생각을 확인하고 내가 고민한 결과와 맞춰가는 건 대화로만 할 수 있는 일이고, 지금 소피아와 친구들 사이에 필요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연휴를 끝내고 친구들과 다시 만나면 "나를 언니라고 부르는 게 좀 어색하냐"든지 "나는 니네랑 그냥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솔직히 말을 다 놓기도 그렇고.. 어떻게 하면 좋겠냐"든지 하는 대화를 나눠보세요. 물론 그런 대화가 쉽지만은 않을 거예요. 전학생에 나이도 한살 많은데다 아직 깊은 우정도 맺지 못했으니.. 하지만 친구들과의 깊은 우정을 위해서라면 그런 대화를 시작할 줄 아는 용기를 내어 볼 수도 있는 거 아니겠어요? 1년만에 돌아온 한국에서 고등학교 생활에 적응하기도 만만치 않을텐데, 소피아의 고민이 이중 삼중이군요. 하지만 깊은 우정에 대한 고민보다 더 값어치 있는 고민이 어디 있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소피아는 그 순수한 마음 때문에 남들이 쉽게 하지 못하는 중요한 고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얘기들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기를 바랍니다. 소피아가 용기를 낼 수 있도록, 혹은 소피아가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도록 기도할게요. 그럼.. 언제 또 편지 나눠요- 소피아를 토닥여주고 싶은 고길동 신부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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