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이여, 삶의 자리에서 사랑의 하느님을 증거하라"

1940년 로제 수사가 시작
초교파적 그리스도인 모임
화해  통한 인류 평화 지향  

 떼제공동체 원장 알로이스(Alois, 53) 수사가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그는 2년 전 한 정신이상자가 휘두른 칼에 숨진 로제 수사의 뒤를 이어 떼제를 이끌고 있는 인물이다. 어떤 불평과 갈등도 다 포용할 것 같은 부드러운 미소가 퍽 인상적이다.

▲ 알로이스 수사


 "로제 수사님의 빈자리가 왜 크지 않겠습니까? 1940년 프랑스 동부 작은마을 떼제에 홀로 정착해 오늘의 공동체를 만드신 그 분은 떼제의 모든 것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공동체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어요. 변함없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함께 기도하며 삶을 나누고 있습니다."

　그는 "떼제는 그리스도인의 화해를 통한 인류 평화를 지향한다"며 "그리스도인들의 분열을 방치한 채 어떻게 이 땅에서 사랑의 하느님을 증거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국내 매스컴에도 여러 번 소개됐듯, 떼제를 찾아오는 세계 각국 젊은이들 행렬은 끊이지 않는다. 어떤 이는 하느님을 찾으러, 또 어떤 이는 마음의 상처를 안고 찾아온다. 그렇다고 공동체가 특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수사들과 젊은이들이 하루 3번 함께 기도회를 갖는 게 전부이다시피하다. 지난해 인도 캘커타에서 열린 대륙별 기도모임에는 아시아 각국에서 6000여 명이 참석했다.

　떼제가 젊은이들에게 사랑받는 비결은 무엇일까.

　"젊은이들은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또 열심히 일하거나 공부하다가 갑자기 일과 공부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에 부딪힙니다. 삶의 의미와 정체성에 관한 혼란이겠지요. 그 답을 구하려고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그는 "그러나 떼제는 그들에게 답을 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들을 조직화해 어떤 운동을 벌이지도 않는다"며 "그 답은 결국 주님을 믿고 따르면서 각자 복음 속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간은 하느님을 향해 걷는 순례자, 즉 궁극적 진리를 찾는 사람들"이라며 "따라서 젊은이들이 떼제공동체에 오랫동안 머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기에 우리는 그들을 가정이든 소속 본당이든 삶의 자리로 돌려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젊은이들에게 "하느님 존재를 신뢰하고,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라"고 조언했다. 이어 "한국에 진출한 수사들이 각자 탈렌트를 이용해 아름답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무척 기쁘다"며 한국 떼제공동체(02-2606-7079)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독일 출신인 그는 1972년 성당 친구들과 떼제공동체를 방문한 것이 계기가 돼 수사의 길을 선택했다. 떼제는 가톨릭뿐만 아니라 개신교, 성공회 출신 수사들이 모여 사는 초교파적 공동체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지난해 대륙별 기도회 직후 작성한 '캘커타에서 보내는 편지' 인쇄물을 내밀었다. 6세기 팔레스타인의 그리스도인이 쓴 글귀가 편지에 적혀 있다.

　"세상이 동그란 원이고 하느님이 그 중심이며, 인간의 다양한 삶의 방식이 원의 반경이라고 상상해보라. 하느님께 가까워질수록 서로에게도 가까워진다. 또 서로에게 가까이 갈수록 하느님께 가까워진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 2007년 11월 25일자 평화신문[946호]  


기사원문 : http://web.pbc.co.kr/CMS/newspaper/view_body.php?cid=229921&path=20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