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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데만 골라서 말로 후비는 엄마 |
작성자 : 베네딕다l작성일 : 2007-06-26 16:47:40l조회수 : 8247 |
신부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끝나지 않을것 같던 고3 생활을 마치고 이제 대학교에 들어가는 베네딕다에요. 그런데 엄마가 저와 제 동생에게 하시는 말씀들 때문에 너무나 화가 나서 신부님께 상담을 받고 싶습니다. 한동안 성적에 시달릴 일이 없던 저는 잊고 지냈는데, 오늘 엄마가 동생에게 하시는 말씀을 듣고는 동생도 저와 똑같은 상처를 받는 것 같아서 무섭습니다. 신부님께 대략 두 가지 정도의 상담을 받고 싶은데요, (1) 하나는 엄마께 제발 빈정대지 말아 달라고 어떻게 말씀을 드릴지, 그리고 (2) 제 동생의 상태에 대한 것입니다. (1) 언제나 엄마는 아픈 곳만 골라서 건드리십니다. 그리고 칭찬이나 격려보다는 냉소적인 말만 툭툭 던지시고는 합니다. 빈정대는 것이 재밌다고, 재치있는 거라고 생각하시는 듯한 태도에 얼마나 지치는지 모릅니다. 예를 들어 저번에도 엄마와의 말다툼이 있었는데 그 말다툼 도중 엄마가 "너 이제 또 고해성사 하러 가야겠다?"이러시는 것입니다. 엄마는 종교가 없으시거든요.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맨날 고해성사 가고 미사가면 뭐하냐? 너 너무 가식적인거 아니야, 실천이 안 되는데?"이렇게 말씀을 하셨거든요. 저는 나름대로 그 당시 꾹꾹 5번은 참고 참고 하다가 다툼이 시작된 것인데 얼마나 서운했는지 모릅니다. 한 번은 엄마가 또 제 성적을 비꼬시길래 ( "도대체 엄마는 왜 그렇게 말을 해? 좀 더 좋은 말, 칭찬 같은건 할 수 없어?"라고 했더니 엄마는 "난 이렇게 지금까지 멀쩡하게 살아왔으니까 너나 잘해."라는 대답이 되돌아 왔었습니다. 엄마에게 마지막으로 칭찬을 받아본 적이 언제였던가요? 쑥스러워 하시는건지, 칭찬을 안 해도 다 안다고 생각하시는 건지... 도대체 이런 엄마께 진지하게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빈정대는 건 그냥 혼내시는 것보다 백배는 더 마음 아프니, 제발제발 그만 좀 비꼬시라구요!!!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옳을까요? (2) 같은 집에서, 같은 엄마 밑에서 저와 제 동생은 같이 자랐는데 이런 문제에 대해 동생과 저는 똑같이 화가 나면서도 그 화에 반응하는 건 굉장히 다릅니다. 저는 그 때 그때 터뜨리고 잊어버리고, 조금이라도 어떻게 내 뜻을 전달할 수 없을까 하는데 동생은 아예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리더군요. 그런 동생이 걱정됩니다. 예를 들어, 어제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중학생 동생이 수학을 많이 못하는데, 동생의 선생님이 다른 아이들한테 이랬다고 합니다. "너희들보다 전교등수 잘 나오는 애가 같은 시험 훨씬 못 봤어." 그리고는 이 사실을 엄마께도 선생님께서 전하셨더군요. 동생으로는 굉장한 충격이었겠죠. 엄마는 당장 동생이 좋아하는 학원,활동을 모두 끊고 수학만 시키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동생은 어제 밤에 혼자 남모르게 어금니를 깨물고 울더군요. 그런데 오늘 엄마가 동생에게 1차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계획을 세워 내라고 했습니다. 그러더니 오후에는 다짜고짜 동생에게 "선생님이 뭐라고 했는지 알지? 뭐라고 했어?"하더니 동생 입으로 그걸 다시 똑같이 말하게 하는 것입니다. 동생이 "너희들보다 전교등수 잘 나오는 애 있다고." 이랬더니 "왜 뒷 부분은 빼먹어? 다시 말해봐" 이렇게 계속 다그치시 면서요. 동생은 마지못해 따라하고, 결국 그걸 다 말하는데 그걸 보는 제가 가슴 아프고, 서럽더군요. 동생이 바보가 아닌 이상, 그 말을 잊었겠어요? 동생으로선 얼마나 창피했던 일인데... 엄마가 동생 방에서 나오신 후 저는 "쟤가 바보가 아닌데 그걸 얼마나 곱씹고.."하고는 눈물이 나와버려서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엄마는 "쟤는 현실직시가 필요해. 기분 나쁘라고 한 말이 아니야."라고 대꾸하시더군요. 엄마는 쟤가 자기비하를 하게 만들고 있어요, 자기비하와 현실직시는 달라요... 온갖 말이 제 안에서 소용돌이 치고 있었지만 동생도 너무 불쌍하고 제 안에 있던, 잊고있던 감정들이 북받쳐 올라 목이 메어서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동생보고 왜 가만히 있냐고, 네 감정을 왜 누르기만 하냐고 했더니 동생이 피식 웃으며 말하더군요. "언니는 내가 원한걸 말한다고, 내가 아프다고 엄마한테 하면 엄마도 아파할 거라고 생각해? 아닐껄. 엄마는 좋아할꺼야. 엄마는 사과하는것도 부끄럽다고 생각해. 어차피 엄마는 내 마음 모르게 되어 있어. 난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왜 괜히 에너지 낭비해?"이러는데, 동생이 웃으면서 그런 말을 한다는게 전 섬뜩하더군요. 그러더니 "난 이성적인 사람이야. 감정조절 해야지. 난 그냥 내 안에 담아둘 뿐이야. 나보고 엄마 앞에서 울라고? 그게 얼마나 수치스러운 건데... 언니 앞에서도 내 우는 모습 보이고 싶지 않아. 어차피 엄마가 원하는대로 다 될텐데, 뭘."라고 딱 잘라 말하더군요. 신부님, 이게 단지 저와 다른 성격의 문제일까요? 나이에 맞지 않게 너무 조숙한건 아닌가요? 저는 다른 감정의 조절 방식이라기 보다는, 동생이 속으로 병이 들어가고 있는것 같은데요... 이런 동생을 어떻게하면 좋을까요? 더 이상 가족에게도 아무것도 털어놓고 싶지 않아하는 동생에게 저는 신부님 상담실 주소를 건네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게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무 것도 묻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신부님께 상담하든 안 하든, 무슨 답변을 받든 그건 네 자유라구요... 하지만 그렇게 자신을 열기 싫어하는 동생이니... 잘 모르겠어요. 그 전에 제가 너무 마음의 짐이 많아 이렇게 글 올립니다. 기도 부탁드려요. 베네딕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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