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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부모님의 기대로 힘들어 하는 카타리나에게

작성자 : 고길동신부l작성일 : 2007-06-21 17:25:40l조회수 : 8105

안녕하세요 고길동 신부입니다. 카타리나의 편지 잘 읽어 보았습니다. 카타리나는 부모님의 기대를 몹시 부담스러워 하고 있군요. 그 기대에 부응하려고 '로봇'처럼 살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에 자신을 원망하기도 했구요. 고등학교가 평준화 됐지만 (카타리나가 사는 동네가 비평준화 지역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특수 목적고다 뭐다 해서 중학교 3학년이라도 입시의 부담이 만만치 않은 모양입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다 합쳐서 12년 동안입니다. 대학생으로서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 거쳐야 하는 시간들 말이죠. 그리고 카타리나는 지금, 그 힘든 시간들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거쳐야 하는 '고등학교'라는 관문을 눈 앞에 두고 막연한 두려움을 느낄 수도 있을 거예요. 때때마다 찾아오는 중간고사, 기말고사, 한 봉우리를 넘으면 또 눈 앞에 더 높은 봉우리가 나타나는 그 시간들을 카타리나는 3년반이나 더 지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카타리나의 편지를 읽고 카타리나를 많이 걱정했습니다. 앞으로 부담감은 더 무거워질텐데, 이 친구가 이대로 쓰러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들었지요. 카타리나는 자신을 위해서든, 부모님을 위해서든, 그리고 좋은 성적을 위해서든 지금의 부담감을 조금 덜어놓을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무거운 짐(부담) 때문에 한꺼번에 쓰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입니다. 카타리나는 편지의 첫부분에서 "제 자신이 너무 너무 미워요"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답답한 거죠! 부모님은 그렇게 기대하시는데, 자신은 공부에 흥미를 잃었고, 성적은 잘 안나오고.. "아무것도 안할래"라도 툭 털어버릴 수도 없으니 엄청 답답할 겁니다. 이에 대해서 저는 카타리나에게 두가지 얘기를 해주고 싶어요. 하나는 부모님의 기대를 조금은 무시해보라는 겁니다. 부모님이나 부모님의 말씀을 무시하라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를 예민하게 듣고 상처를 받거나 슬퍼하지 말라는 거예요. 왜 "귓등으로 흘려 듣는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렇게 하는 것이 카타리나를 위해서든, 카타리나의 부모님을 위해서든 좋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부모님의 기대와 카타리나의 부담감이 악순환이 되기 때문이에요. 부모님이 기대를 많이 할 수록 카타리나의 부담감을 커지지만, 그 부담감 때문에 공부에 흥미를 잃게 되잖아요. 결국 부모님은 당신들 나름대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카타리나의 모습에 상처를 입고 카타리나도 자신을 원망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성적은 더 떨어지고, 부모님의 기대는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그 악순환을 멈추기 위해서는 부모님의 기대 가득한 말씀들을 "귓등으로 흘려 든는" 지혜가 필요할 것 같아요. 하지만 저도 잘 압니다. 카타리나는 좋은 성적을 거둬 부모님께 기쁨을 드리고 싶은 마음도 갖고 있을 거라는 걸요. 그렇다면 이렇게 하세요. 부모님은 왜 기대하실까요? 물론 카타리나를 누구보다 사랑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카타리나가 '좋은 사람'으로 자랐으면 하는 욕심 때문일 겁니다. 그 욕심! 저는 카타리나에게 부모님의 욕심을 카타리나 자신의 욕심으로 바꿔볼 수 없겠냐고, 그래주지 않겠냐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성적을 잘 받는 것을 부모님만의 기대와 요구라고 생각하지 말고 카타리나 자신이 자신에게 하는 기대와 요구라고 생각해보라는 것입니다. 예전에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라는 책도 있었어요. 카타리나가 듣기에는 "웃기시는 소리"일지 모르겠지만 또 하는 만큼의 결과를 얻는 걸로 공부만한 것도 없는 게 사실입니다. 부담감이 공부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부담감을 덜어버리세요. 기쁜 마음으로 공부하려고 노력해보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더 좋은 성적, 더 좋은 학교에 대한 카타리나 자신의 욕심을 숨기지 말고 드러내세요. 중학교 3학년은 그렇게 어린 나이가 아닙니다. 저는 카타리나가 용기를 얻을 수 있도록 기도할 것입니다. 중간고사가 얼마 남지 않았죠? 이 편지를 볼 때 쯤이면 이미 시작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편지를 읽은 다음날, 등교길에서 카타리나가 올려다 본 하늘이 푸르고 깨끗하고 맑기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내일 아침엔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기뻐하는 카타리나의 모습을 떠올려보겠습니다. 끝으로 카타리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성서 구절을 덧붙일게요. 아참, 중요한 말을 빠트렸군요. 힘든 일이 있을 땐 하느님께 청하세요. 그분이 다 들어주실 것입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나에게로 오너라. 내가 편히 쉬게 하리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의 영혼이 안식을 얻을 것이다.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마태오 복음 11장 28절~30절) 카타리나의 행복을 기도하는 고길동 신부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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