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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친구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율리안나에게

작성자 : 고길동신부l작성일 : 2007-06-21 17:14:40l조회수 : 8039

안녕하세요 고길동 신부입니다. 지난 일요일부터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습니다. 올해는 가을 날씨가 계속되는 바람에 겨울은 안 오려나보다 하고 있었는데, 당장 두꺼운 옷을 꺼내 입어야 할만큼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군요. 사실 제가 율리안나의 편지를 처음으로 읽은 것은 날씨가 이렇게 추워지기 전이었으니, 계절이 하나 지나가고서야 뒤늦게 답장을 보내는 셈입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답장을 늦게 쓰게 된 점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중학교 1학년인 율리안나는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일어난 힘든 일들을 편지에 적어 보내줬습니다. 율리안나에게는 6명씩, 4명씩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이 있었는데, 특별한 이유없이 그 안에서 누군가를 제외시켰고, 그러다가 화살이 율리안나에게도 날아왔습니다. 율리안나는 같은 학교에서 지내던 친구들과 다른 학교에 다니고 있는 베스트 프랜드 사이에서 갈등하기도 하고.. 싸움을 하기도 했지요. 친구들과의 갈등이 욕이 오고가고 싸움을 하게 되는 식으로 커져버리니까 솔직히 무섭기도 하고, "내가 없는 상황에서 다른 친구들이 나를 욕하지는 않을까" 걱정되기도 하고.. 어쨌든 제가 편지를 쭉 읽어보건대 율리안나가 학교 가기 싫다고 말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를 인정해주고 서로 지지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사는 것은 깜깜한 터널을 지나는 것과 같지요. 율리안나가 부모님께 전학을 가고 싶다고 얘기했었다는데,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런 얘기까지 했을까 생각했어요.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없지만, 율리안나가 느끼고 있는 어려움에 공감하면서 율리안나가 마음에 입은 상처가 빨리 치유될 수 있도록 기도했습니다. 지금쯤이면 율리안나가 편지에 써서 알려준 일들은 꽤 지난 일들이 됐을 것 같습니다. 이후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모르겠어요. 다만 저는 율리안나에게 친구들과 지내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될만한 얘기들을 몇가지 해주고 싶었습니다. 가장 먼저 해주고 싶었던 말은 "솔직해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다굴'을 한다느니 '밟아버린다'느니 협박하면서 거친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친구들이라도 솔직한 태도로 먼저 다가가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마음을 열게 돼 있거든요. 친구들과 사이가 틀어지는 첫번째 이유는 아무래도 서로에 대한 오해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오해가 일어나는 이유는 각자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어 놓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관계가 아주 틀어진 다음에는 무슨 말을 해도 상대방이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려하지 않아서 오해가 생기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나는 저 친구의 이런 점이 좋고 저런 점이 싫은데, 상황 때문에 이런 점도 좋고 저런 점도 좋다고 말해버리면 나중에 꼭 문제가 생기는 식이에요. 아니면 어떤 친구와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이 친구한테 접근하면 다른 친구들이 뭐라고 할까봐 그 친구에 대해 안좋은 말을 해버리고 그러면, 율리안나가 말했던 대로 나중에 자기한테로 "화살이 돌아"오는 경우가 있어요. 어떤 것 같아요? 신부님은 율리안나가 친구를 대할 때 내 솔직한 심정이 무엇일까 고민해보고, 가능하면 최대한 솔직한 심정 그대로를 드러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두번째 얘기는 과거에 너무 얽매이지 말았으면 한다는 얘기에요.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친구는 현재 사귀고 있는 친구일 겁니다. 현재 친하게 지내고 있는 친구에게 최선을 다하세요.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하겠지만 저는 과거보다는 현재에, 현재보다는 肩×?우선 순위를 두는 편이에요. 그러니까 저는 율리안나가 예전에 있었던 아픈 기억들을 되돌아보면서 끙끙 대기 보다는 현재 사귀고 있는 친구와 어떻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나갈까 고민하고, 또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어나가려는 노력을 아까지 말았으면 해요.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율리안나와 친하게 지냈다가 지금은 틀어져버린 친구들과 아주 연을 끊어버리라는 얘기는 또 아니에요. 새로운 오해를 만들어내지 않겠다고 생각되는 때에 그 친구들과 그동안 못했던 솔직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까도 얘기했지만 그 친구들이 율리안나를 진심으로 대해주지 않는다고 해도 율리안나가 먼저 마음을 열면 그쪽에서도 함께 마음을 열어주고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꺼내줄 수도 있을 겁니다. 편지가 너무 길어졌군요. 현재 율리안나의 상황을 잘 알지 못하니까 일단 여기까지만 쓸게요. 제가 해준 이야기들이 율리안나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고, 율리안나도 저에게 더 들려주고 싶은 얘기들이 있다면 언제든지 다시 편지 보내주시길 바래요. 오늘은 저녁기도를 드릴 때에 친구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웃고 있는 율리안나를 떠올릴게요. 꼭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율리안나를 위로해주고 싶은 고길동 신부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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