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인 오빠의 일로 고민하는 휴친구에게..
작성자 : 고길동신부l작성일 : 2012-08-13 14:28:01l조회수 : 14725
안녕하세요, 고길동신부입니다. 오래도록 기다렸을텐데 신부님의 답이 너무 늦어 미안합니다. 휴친구나 오빠 모두 성인이고, 군대도 다녀왔는데 친구가 생각하기에는 아직도 여전히 중고등학교 때와 마찬가지로 생활하는 오빠로 인해 많이 속상하군요. 중고딩 때처럼 오토바이를 타거나 사고를 치지는 않지만 새벽까지 술마시다가 들어와서 몇시간 자고 출근하고, 주말마다 친구들을 집에 데려와서 다른 가족들의 불편을 신경쓰지 않네요. 그 친구들도 부모님들 앞에서는 넉살좋게 말들하지만 휴친구가 보기엔 오빠가 가족들의 말을 귓등으로도 안들으니 친구들도 부모님까지 우습게 아는 것 같고요. 그런 일들이 오래 지속되다보니 오빠만 있으면 정말 화목한 집일 거라는 생각이 커져갈 수밖에 없는 휴친구의 상황이 신부님에게 전해져옵니다. 신부님이 편지글을 읽고 있으니 그간 가정에서의 생활이 불편하고 여유롭지 않았을 휴친구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오빠의 문제만 아니라면 정말 화목한 가정인데 부모님께서 속끓이게 되는 일을 모두 오빠가 만든다고 생각하니 오빠를 볼 때 휴친구의 마음이 얼마나 불편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또한 휴친구의 가족을 생각하는 예쁜마음도 전해져 옵니다. 사실 본인도 성인이라고 했는데 가정의 문제를 내 고민으로 심각하게 껴안기보다는 자기 개인의 미래를 위한 고민과 개인적인 인간관계로 고민하기 쉬운 시기일텐데 오빠로 인해 마음아파 하시는 부모님을 걱정하여 이렇게 상담까지 하고있는 휴친구는 아마도 따뜻하고 예쁜 마음을 지닌 사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휴친구!! 얼마나 힘들었으면 차라리 오빠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할까....하는 생각이 신부님 마음을 아프게 하는데요, 또한 이문제에 대한 첫번째 접근도 거기서부터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빠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것이 실질적인 생각이겠지만 또한 인간의 힘으로 끊을 수 없는 '가족'이라는 이름의 관계 앞에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가족들을 힘들게 하는 오빠도 가족 구성원의 한 사람이라는 깊이있는 받아들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나서 오빠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오빠의 행동을 비난하거나 판단하는 말이 아닌 오빠가 그런 행동을 할 때 휴친구가 느끼는 마음, 어려움, 힘겨움 등에 대한 감정을 그대로 오빠에게 전하는 것입니다. 방법은 말이 될 수도, 글이 될 수도, SMS 가 될 수도 있고 매우 다양할 것입니다. 휴친구 가정에 지금 필요한 것은 마음을 나누는 대화일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너무 많은 일들을 자신이 해결하려고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런 마음들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신에 대한 질책으로 이어져 휴친구의 마음이 점점 더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모님께 그 어려움을 해결해나갈 수 있는 지지자가 되어주는 정도의 역할이면 좋겠습니다. 주말에 비가 많이 내리고 이젠 제법 뜨겁지 않은 바람이 절기를 느끼게 해줍니다. 뜨거운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것처럼 이 또한 지나가는 일임을 생각합니다. 기도 안에 머물러 지혜를 청할 수 있는 휴친구이기를 바라며 기도 중에 기억하겠습니다. 고길동 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