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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제가 고아인 것 만 같아요.......... |
작성자 : 혀니★l작성일 : 2010-01-09 11:12:06l조회수 : 10120 |
안녕하세요 고길동 신부님. 저는 노원구에 사는 중학교 2학년 보현이에요. 사실 특별한 고민이랄 건 없는데 요즘 너무 우울해서 신부님한테 제 얘기를 하려고 편지를 써요. 우리 집이 요즘 어렵다고 얼마 전부터 엄마가 마트에서 일을 하세요. 주말에도 나가고, 밤 늦게까지 일을 하시는 것 같아요. 아빠는 원래 회사에서 일도 많고 출장도 많아서 집에 들어오는 날이 한 달에 몇 번 되지 않아요. 저는 동생도, 오빠나 언니도 없는 외동이에요. 예전엔 그래도 엄마가 집에 있어서, 학원 끝나고 오면 간식도 만들어 주시고, 방학 때에는 박물관 같은 데도 엄마랑 둘이서 가고 그랬는데, 요즘에는 완전히 저 혼자예요. 처음에는 집에 저밖에 없으니까, 친구들 불러서 놀기도 하고, 엄마가 준 돈으로 애들이랑 맛있는 것도 사 먹고 완전 신났었는데, 요즘은 그것도 별로 재미가 없어요. 저랑 놀던 애들도 밤이 되면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면서 집으로 가고, 주말엔 엄마 아빠랑 같이 어디 가기로 했다면서 자랑하고 그러는데 그런 얘길 들으면 내가 막 고아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학원에서 보충 끝나고 밤 늦은 시간이 되면, 다른 애들 엄마는 학원 버스 앞까지 데리러 오기도 하는데 저는 그런 것도 없어요. 깜깜한 집에 혼자 열쇠로 열고 들어가야 되고, 엄마는 내가 잠든 후에나 집에 들어오세요. 옛날에 초등학교 때엔 비 오면 엄마가 우산도 들고 나오고 그랬는데.... 엄마는 너무 바쁘고 힘들어서, 제가 시험 기간인지 하루 종일 뭐 하는지 관심도 별로 없는 거 같아요. 저 다른 애들보다 과외나 학원도 많이 안 하는데 공부는 잘 하는 편이거든요? 근데 시험을 잘 봐도 칭찬해 주는 엄마 아빠가 없으니까 공부도 별로 열심히 하고 싶지도 않아요. 엄마는 아마 제가 나쁜 짓을 해도 관심도 없을 걸요? 관심 받기 위해 일부러 나쁜 짓을 해 볼까 라는 생각도 들어요. 엄마 아빠가 날 위해 돈 버느라 힘들다는 것도 알아요. 그리고 하루 종일 일하고 지쳐서 집에 들어오는 엄마를 보면 미안하고 안쓰럽고 그래요. 다 아는데 제가 갑자기 고아 같다고 느껴질 때면 엄마 아빠가 너무 미워요. 신부님,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엄마 아빠를 사랑하는데 이렇게 나쁜 생각을 하는 제가 너무 싫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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