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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성적에 대해 고민하는 친구에게

작성자 : 고길동신부l작성일 : 2007-06-26 17:33:01l조회수 : 7152

안녕하세요 고길동 신부입니다. 친구의 편지 잘 받았습니다. 자신에 대해 성찰하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친구의 모습이 대견하고 자랑스러웠어요. 자신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무엇이 문제인지가 조금 보이지요? 문제가 보인다는 것은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말과도 같을 거예요. 그런데 좋은 성적을 얻어야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큰 소리를 칠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것은 그들을 정복하거나 거느리는 대상 정도로 취급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마음이 아팠어요. 인간관계는 꼭 상하관계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위에 서려고 할 때 우리는 끝없는 경쟁을 해야하고 결국 상처로 가득한 딱딱한 모습으로 살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또한 자신의 정체성을 오로지 공부와 성적으로만 이루려고 하는 것도 슬픈 일이에요. 공부를 통해 무언가를 이루고자 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저는 그것이 '공부만'으로 끝난다면 곤란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사람은 한가지 잣대로만 잴 수 없거든요. 하느님은 우리를 공부로 판단하시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 간에도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지요. 자신의 모습을 여러가지 측면에서 형성시키고, 그것에 만족하려고 노력해보는 건 어떨까요? 누구보다 먼저 자신을 예뻐해주는 거예요. 가만히 보면 우리 자신이 얼마나 소중하고 예쁜 사람들인데요. 그것은 성적이나 외모나 그밖의 한두가지의 것으로 결정되는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 친구가 사람들을 조금 더 믿어주었으면 좋겠어요. 사람은 누구나 완벽하지 않아서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실망을 주기도 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하느님의 사랑을 받고 있지요. 내게 실망을 주고 상처를 주었던 사람들에 대해 어느 정도 그 한계를 인정하면서 내 사랑을 먼저, 더 크게 보여줄 필요도 있는 것 같아요. 친구의 편지를 보니 앞으로 엄청난 가능성을 가진 친구인 것 같아요. 사람들의 기대를 받기도 하겠고요. 그렇지만 자신의 다양한 모습들 가운데 절대로 한 부분만 키우려고 하거나, 그 부분에만 집중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것은 아마 친구나 가족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힘내고, 하느님께서 언제나 사랑하신다는 것을 기쁘고 감사하게 받아들이기를 빌어요. 그 사랑을 받으면 사실 다른 누구의 사랑도, 기대도, 내게는 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언제든지 생각나면 저에게 편지하세요. 한층 성숙해질 친구의 모습을 그리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고길동 신부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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